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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바람/자동차&기차 여행

외할머니 생신에 다녀왔어요.01

집에다가 열쇠를 두고 나오는 바람에 집에 들어가지 못 했다.
토요일날 아침일찍 외가로 가기로 했는데 무뇌수컷에게 급하게 전화를 하자 집에 못 들어온다고 한다. 오호.. 이틀째 외박이구료.. 잼나게 노시오..

혹여 새벽에라도 와서 전화를 해 줄라나..싶어서 밤에 잠을 설치고 말았다.
결국.. 토요일 아침 8시가 되어서야 집에가서 서둘러 짐을 챙겼다.

대장님의 차를 타고 쭈와 나 그리고 마님이랑.. 넷이 외가로 출발을 하였다.

내 외가는 경남 거창이다. 친가도 경남 거창이다.
울 부모님은 딱 두번 만나고 결혼하셨다고 한다.
읍내 다방에서 선을보고 다음에 만나서 영화를 한편 보고 그리고 결혼을 했다고 한다.
대장님은 마님이 키가 작아서 싫다고 했는데 영화 한번 봤을뿐인데 결혼날이 정해졌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렇게 금술이 좋으시고 깨가 쏟아진다.
친구들은 울 부모님처럼 사는게 소원이라고 늘 이야기 하곤 했다.
나도 내 부모님처럼 사는게 소원이었었다.
이젠..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가 있어서 느긋이 움직이기로 했다.
쭈가 혹시 힘들어하거나 지칠까봐.
왠걸.. 너무나 즐겁게 갔다.
노래부르고.. 간식먹고.. 차에서 춤까지 추면서..
다들 녀석을 잘 알고 있던터라..녀석의 기분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쮸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휴게소에 들렸다.
이젠.. 메뉴까지 고른다..ㅋㅋ

녀석이 고른 메뉴는 쌀국수. 부모님은 쭈가 좋아하는것으로 하나씩 고르셨다.
결국.. 모든 메뉴는 쮸를 중심으로 결정되었다.

맛난 물만두.. 칼국수.. 쌀국수..^^
쮸는 모든 메뉴를 먹고 싶은 만큼 먹고 자신이 좋아하는 치킨바까지 사서 차에 올랐다.
휴게소에서 한시간여를 쉬고 거창에 큰 이모댁에 도착한 시간은 1시..^^
큰 이모네를 도착하자 울 꼬맹이 처음 온 집이라고 둘레 둘레 잘 살펴본다.

어른들이 모두 이뻐해주신다..ㅋㅋ

시골장에 가서 장을 보고나자 3시즈음.. 울 쮸.. 잠이 들어버렸다.
시골장을 보고 그렇게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고 행복해 하더니..
잠이 들어버렸다.

시골장사진을 좀 찍고 싶었는데.. 카메라를 두고 간것이었다.. 흐흣..
내 정신이 그렇쥐..

외가에 도착하니..4시.
자고 있는 쮸를 방에다가 재우고 식사 준비를 했다.

외할머니는 올해 84이 되신다.
시골이라.. 생신때마다 동네 분들을 모시고 식사를 한다.
할머니의 다섯딸들과 사위들이 모두 내려와서 잔치 준비를 한다.
해마다.. 늘.

올해는 막내이모가 사정이 생겨서 오지 못 했고 이모부만 오셨다.
울 마님은 쭈를 챙기다가 며칠전 손을 크게 베이셔서 물에 손을 못 넣으신다.
내가 한손 거들게 되었다.

잡채와 오징어 회무침
해산물 미역국과 조기
버섯무침과 메밀묵 그리고 미나리무침과 취나물무침.
꼬막무침과 부추전
돼지고기 수육과 잘 익은 김치과 갓김치등등...
상이 너무 좁았다..^^

음식을 하면서 다들 힘들었다..ㅋㅋ
근데 다들 손발이 잘 맞아서 재미있었다.
불을 때서 고기를 삶고.. 미역국을 끓이고.. 그리고 나물들을 데치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쮸가 깼다.
혼자 방에서 자다가 놀랐는지 울면서 일어났다.
근데..십분도 안 되서 적응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쮸는.. 외할머니 생신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태어나면서부터..^^
그래서 외할머니한테 왕애교로 사랑을 받는 녀석이다.

외할머니와 난.. 무척.. 끈끈할 수밖에 없다.
울 사랑하는 마님.
몸이 많이 약하신 편이다.
대장님이랑 결혼하신후 서울로 올라가셨고 곧 아이가 생겼는데 그만 고양이로 너무 놀라서 아이를 놓치고 말았다고 하신다.
그리고 나서 계속 자연유산이 되어서 아이를 낳지 못 하셨고.. 그러다가 내가 생기고 바로 시골로 내려오셨다고 한다. 살리기 위해서..

거진 열달을 누워서 겨우 낳았고.. 그리고 나서 서울에 다시 올라오셨고.. 동생이 태어나서 내가 "진상"을 떨어서 산후조리를 하러 오신 외할머니 손을 잡고 나만 외가로 내려왔었다.
서너달을 거기서 보내고.. 외할머니와 함께 서울로 다시 올라왔고.. 외할머니는.. 우리를 몇년간 돌봐주셨었다.

울 대장마님은.. 무척 치열하게 열심히 사셨고 덕분에 늘 대장님이 자랑하듯이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39이 되시던 해에.. 내 동생이 초등학교 입학할때 본인의 집을 삼층양옥집을 장만 하실 수 있었다.

바쁘신 두분덕에.. 해마다 여름방학은 외가에서 보내곤 했었다.

아고.. 이야기가 사설이 너무 길었네..^^

잠에서 깬 쮸는.. 손님맞이에 정신이 없었다.
알지도 못 하면서 오는 동네 어르신들 모두에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했다..ㅋㅋ
게다가.. 친척분이 가지고 오신 딸기바구니에 폭..빠지고 말았다..ㅋㅋ

한참 식사접대를 하고 있는데.. 마님에게 전화가 왔다.
무뇌수컷이 전화를 한 것이다.. 어라?
외할머니와 통화를 마친후.. 마님이 부르시길래.. 밖으로 나갔다.

"너.. 손서방이랑.. 무슨 일 있냐?"
"앙? 왜요?"
"흠.. 니가 전화 한 통 .. 해달라고 사정하지 않았는데도 전화가 왔쟎아.. 이상하쟎아."
"아.. 아니야.. 나도 의외네.. 외가에 간다고만 이야기 했지 별 이야기 안 했던것 같은데.."
"안 하던일을 하니까..불안하네.. 엄청나게 싸운거 아냐? 외가 같이 가자고?"
"걱정마.. 아무 일 없어"

무사히 식사접대를 마치고.. 쮸와 난.. 힘들어서 푹..잡이 들어버렸다.

항상 지우가 자는 방. 태어난 해부터 외할머니 생신엔 절대 빠지지 않은 참한 외증손자..


외할머니는 요녀석이 태어났을때 백만원이나 보내셨다.
그 어떤 손주 손녀도 못 받은 돈이었다.
그만큼 나에대한 애정이 깊은 울 외할머니.
사랑하는 내 외할머니가 나보다 더 사랑하는 증외손주.
사랑하는 내 쭈야.. 고맙다..
울 외할머니한테도 보석이 되어줘서..^^


유명한 거창딸기..^^
이걸 커다란 바구니로 두 바구니나 보내오셨다.
딸기 하우스에 가보고 싶었는데 민폐라고 해서 못 갔다..
쮸는 딸기 바구니 옆에 거의 붙어 살았다.


확대해 놓으니 더 탐스럽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가 챙겨주셨는데..좀있다가 마님께 가서 좀 얻어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