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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365+∂

제발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오늘.. 울 대장님 건강검진일이다.

울 대장님은 그렇게 건강한 타입이 아니다.
감기는 일년내내 달고 사시고 조금만 피곤하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환절기엔 알러지로 고생을 하시고 게다가 간도 안 좋으시고 심장도 안 좋으시고 몇년전 대장암 수술도 받으셨다.

울 대장님은 원래 회사의 사장님 기사를 하셨다.
무척 가정적인 타입이 울 대장님의 성격에 그 일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너무 늦은 퇴근..그리고 너무 이른 출근.
아이와 아내를 너무 외롭게 하는 직업이었다.

대장님은 내가 중학생이 되던 해에 직업을 개인택시 기사로 바꾸셨다.
난 울 대장님의 하시던 일을 전부다 안다.
울 대장님은 신기하게도 내가 커다란 전환점을 맞을때 같이 변신하셨다.
꼭.. 자식을 위해 업그레이드 되시듯이..

개인택시를 하시고 얼마 되지 않아..
간이 안 좋아지셔서 병원에 다니시기 시작하셨다.
안 그래도 몸이 약하셨는데 자식 교육비를 대기위해 잠을 너무 줄이시고 일을 하신것이 문제였다.

솔직히.. 가족병력이 좀 화려하다..
간암.. 유방암.. 대장암.. 심근경색.. 심장병.. 신장병..
그래서 조심 조심 해야했는데..
동생과 날 좋은 학원에 보내기 위해 너무 무리를 하셨던것이다.

난 그즈음에.. 피아노 과외를 받았었다.
그리 큰 재능이 있었던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선.. 난리였었다.
엄만.. 날 아주 큰 재능과 능력이 있는줄 알고 대학교수에게 수강을 들게 해 주셨었다.
없는 살림에.

근데.. 우리집 형편을 잘 알던.. 교수님이.. 난 재능이 없다고 솔직히 이야기 해 주셨다.

이십여년전.. 한달 강의비가 이십만원이면..엄청난것이다.
그때.. 자장면 값이.. 700원이었으니까.

난.. 대장과 마님에게 내가 재능이 없다고 이야기 하고 그만둘 용기가 없어서 학원 땡땡이를 쳤다.
그걸 알고.. 마님은 날 무지 팼었다..ㅋㅋ
뭐..결국.. 내가 이겼다.

여튼..
울 대장님은.. 35전에..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멋지게 단독주택도 사시게 되었고.. 두 자식놈.. 대학도 보내셨다.

그렇게 세월과 싸우시다가.. 몸이 많이 망가지셨다.
25일과 26일엔..결국 탈이난 심장검사를 받으셨다.
오늘은.. 대장암 수술을 받고나서 하는 정기 검진일이셨다.

병원에 같이 못 갔다.
같이 가기 싫어하셔서.
아직은.. 자식에게 약한 모습 보이고 싶지 않으시단다.
그래서 전화만 하고.. 말았다.

대장님은.. 지금.. 커다란 짐을 안고 계시다.
자신의 병때문에.. 내 결혼을 서둘러서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신다.
그게 아니라..내가 바보같이 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랑 결혼한 것 뿐인데.. 쩝.
죄송할 뿐이다.

여여튼.
제발..건강하시길 바랄뿐이다.

대장님은 꼬맹이 보는 낙에 요즘 행복하시다고 한다.
쮸의 책임이 막중하다.
근데.. 쮸는 대장님의 단짝이다..ㅋㅋ

그래서..쮸는.. 밥값이상의 성과를 이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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