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콧바람/타국의 정취

맑은 눈동자만큼 아름다운 나라 필리핀.

벌써 몇년전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지금 필리핀에 가면 많은것이 바뀌어있겠지..^^

우선 온필을 통해 내가 최초로 한 해외여행을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그 옛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어서 너무나 좋다.

대학을 졸업한해.
하필이면 그 해는 IMF가 터진 해였다.
저주받은 세대였다.

어렵사리 선배의 회사에 취업을 해서 해 본적도 없는 서류일을 하다가 윗 상사가 물갈이 되면서 나까지 내쳐지게 되었다.
몰랐는데 아주 큰 회사같은 경우는 라인을 타야 한다고 하더라..ㅋㅋ

모든것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어났고 졸지에 실업자가 되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있을때였다.
방황하고 있는 나를 못 보아넘기신 마님이 교회의 선교봉사에 내 명단을 밀어넣으신 것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난 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하고 있었다..ㅡㅡ
멍미.

늘 떠들던게 죽어도 선교여행은 싫다와 더운 나라로는 절대 여행가지 않겠노라고 했었는데 내가 가게 된 첫 해외여행은 선교여행이며 덥다는 필리핀이었다.

안가겠다고 궂이 버티는 나는 마님이 손수 만들어주신 여권과 짐가방을 안고 교회 선교팀과 함께 비행기에 오르고 말았다.
아무런 준비도 아무런 생각도 그 어떤 사전조사도 없이 그냥 텅빈 머리와 오염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촌스럽게.. 비행기 멀미를 하느라 기내에서 예쁜 스튜어디스 아가씨들이 주는 맛난 밥도 시원한 음료수도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맥주조차도 맛보지 못 했다.
교회에서 가는데 웬 술.. 이냐고 하겠지만.. 부모님이 독실한 크리스챤이지 난 거의 날나리 수준이었다.
한때 무척 열심히 나도 종교활동을 했찌만 세파에 찌들어서 그런지.. 점점 더 멀어져만 갔었기에 아마 비행기 멀미를 하지 않았다면 기내에서 맥주에 폭 젖어있었을것이다..냐햣.

비행기에서 내려 세관을 통과할때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다.
그들은 우리가 가지고 온 물건들에 무척이나 많은 트집을 잡았다.
챙겨온 물건들은 반 이상이 의약품이었고 일일이 이것이 무엇이냐며 확인을 했다.
그때.. 유창하게 영어를 하는 많은 일행을 보고 기가 팍..죽었다.

진짜.. 텅빈 머리가 더 텅비고 말았다.

혼자 바보처럼 쪼그리고 앉아서 구경만 하다가 모든것이 해결이 되어 버스에 오를때 보릿자루처럼 끄트머리에 폭 하니 앉아서 다른 사람들 구경만 했다.
너무 늦은시간.. 밖은 캄캄했다.
그리고.. 너무 덥고.. 너무 습했다.
그냥.. 집에서 잠이나 잘걸.. 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바보처럼 필리핀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간 것이 문제였다.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지
또 얼마나 깊은역사가 남겨진 나라인지
또한.. 얼마나 큰 아픔도 큰 상처고 껴안고 사는 나라인지..


아무런 생각없이 간 나라에서 여행을 하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비록.. 선교활동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갔지만 선교봉사는 단 이틀 나머지는 거의 여행을 하는 수준이었다.
묘한 타입의 목사님 덕분에 길거리에 버려져서 숙소를 찾아가야 하는 모험아닌 모험도 해야했으니 말이다..ㅡㅡ
잊지 않을거예용..평생...ㅋㅋ


전쟁의 수마가 할퀴고 간 나라라는 것도 묘지에 가서야 알았다.
날 꾸짖듯이 계속 내리는 폭우에 우산을 써도 소용이 없었다.
비옷을 입어도 작은 틈을 찾아 많은 비가 퍼부었다.


집 근처에서 일하러 한국에 온 필리핀이주 노동자를 만나곤 했었다.
못 사는 나라 사람이라고 조금 업수이 여기곤 했었다.
허나.. 내가 본 그 나라는 못 사는 나라가 아니였다.
잘 살기위해 열심히 발버둥 치고 노력하는 나라였다.
그리고.. 한국을 미워하고 있었다.

봉사를 하면서 다친 많은 사람들..
그들은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도끼눈을 뜨고 쳐다봤다.
그들이 가장 잘 하는 한국말은.. 한국말욕.. 그리고 나쁜 이야기들..


그렇게 짙은 초록이 존재하리라곤 생각 못 한 나에게 초록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준 것은 여행간지 며칠이 지난 후였다.
큰 태풍이 지나가서 필리핀은 많은 곳이 엉망이 되어있었다.


덥다..짜증난다.. 내가 여기 왜 왔나.. 라는 푸념도
그 아름다운 날씨에 그리고 그 맛나고 푸짐한 과일에 폭.. 사그라들고 말았다.
온 사방에 날아다니는 주먹만한 바퀴벌레에도 어느새 익숙해져있었다.

조금 후덥지근 한 날씨는 어찌보면 맛난 과일을 더 맛나게 해 주는 덤 으로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따끔한 햇살을 피해 방갈로에 숨어들면 어쩜 그리도 시원한 바람이 맞아주는지도..


활화산이라고 설명을 들었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이야기에 슬며시.. 지금 좀 터져보지..라는 무식한 생각을 했었다.


짙은 안개가 끼어있지만 그 섬들의 아름다움은 감추지 못했다.
원래 섬으로도 봉사를 가려고 했지만 태풍으로 나갈 수 있는 배가 없었다.
항구에서 몇시간씩 기다리다가..그냥 발길을 돌려야만했었다.

필리핀은 섬이 절정이라고 했었는데.. 쩝..아쉬움만 가슴에 담았다.



물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방갈로.
구경만 했는데도.. 그냥.. 가슴이 설레였다.


멋진 여행지는 몇 군데 못 가봤다.
대신.. 방목당했다.
그냥.. 숙소 근처를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내 발길닿는데로 움직이게 해 줬고.
빡빡하지 않은 일정으로 조금 느긋하게 주변도 더 둘러볼 수 있었다.

그때.. 가장 아쉬운것은.
내가 왜 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나라에 대해서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왔을까..였다.
어떤 나라인지 어떤곳이지 알았다면 더 좋았을것을..
더 기억에 남았을텐데..라는 생각을 정말 깊이 했었다.

사람들이 필리핀의 아름다운 섬 이야기를 하면.. 그때 맞이했던 태풍이 더욱더 원망스럽워지곤 한다.


회사에서 조만간 휴가를 준다고 한다.
솔직히..
그때보다 더 지금 내 속이 시끄럽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이와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우선으로 해서 나아가야 할지.
그 많은 것들이 지금 몇개월안에 결정을 지어야 한다.
이렇게 시끄러운 속을 풀어놓기에 이 섬이 가장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방황하는 날 다시 일어설 구실을 준 정말 멋진 나라이고..멋진 섬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가고 싶다.
아무생각없이 가는것이 아니라..공부도 좀 하고 준비도 좀 해서.
태어나서 처음 비행기라는것을 타 볼 나의 아이와 같이 가고 싶다.
바다도 한번 본 적 없고 비행기는 장난감으로만 본 내 아이.
며칠전 세돌이 지났고.. 그 기념으로 뭔가를 해 주지도 못한 못난 엄마이기에..더욱더.


이번엔.. 정말..아름다운 섬을 가봐야지.
비취빛..바다를 아이의 반짝이는 눈에 가득 담아주고
그 넓고 멋진 자연을.. 바다에 지는 그 멋진 석양을..아이에 맘에 담아줘야지..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고 좋다.

능력이 되어서..
사랑하는 부모님까지 모시고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까지 아이를 봐주시느라 정말 고생만 하셨는데..후훗.


필리핀에 여행을 가야 한다면 다른것은 몰라도 따갈로그어로 된 인사말과 돈 가치는 꼭 확인하고 가기 바란다.
그래야만 많은것에서 조금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퀴벌레에 기겁하지 않게 벌레 잡는 약도 필수.
그리고 물티슈는 꼭 챙겨가길 바란다.
생각보다 조금 비위생적인 곳이 많으므로..^^

모기한테 물렸을때도 예비하고.. 아..
그리고 그 나라의 음식 문화를 익히기 위해 다른 음식은 준비하지 않는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한다면 참 좋지만..못해도 여행하기 좋은나라다. 이미 한국어를 잘 하는 사람이 많으니 말이다..^^

'콧바람 > 타국의 정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화에 몸을 던지는 나라 필리핀  (4) 2009.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