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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365+∂

에너지~


퇴근을 하고 아이 유치원에 들려서 손을 잡고 할미네로 고고싱.
아이는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간다.
파밀리 할미네가 자기집이고 엄마집은 잠만 자는 집이라고 그렇게 주장하는 아이다.
당연히 어떤 일이든 할미네서 하는게 좋고 거기선 자기가 황제처럼 군림할 수 있음을 이미 온 몸으로 익힌터라 즐거움이 넘치는 녀석이다..^^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옷을 갈아입고 할미 품에서 애교 부리던 중 할부지가 오셨다.
나의 영원한 대장님..

기운없이 오셔서 말 없으시니 마님께서 여쭙는다.. 어디 편찮으시냐고.
대답이 없으신다.
아이는 할부지 에너지 채워준다고 껴안고 난리도 아니다.

식사시간이 되자..아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할미옆에 자리잡고 제비새끼마냥 짹짹거린다.

뭔가 걸리시는지 집에서 담근 포도주를 두잔을 벌컥.. 들이키신다.
이것도 많이 드시는 양이다.. 암 진단후 수술을 받으시고 거의 안 드시는 술이었으니.

개인택시를 하는 울 대장님.
오늘도.. 여성 손님이 한 건 하셨단다.
뒤에 오토바이아 온다고 문 열지말라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바쁘시다고 문을 덜컥..열어 오토바이 탄 청년이 문에 부딪혔다고 한다.

청년이 오토바이 고칠 돈만 있음 된다고 해서 가지고 계신 현금 (그날 벌이)를 전부 주셨다고 한다.
막..집에 오려고 하던 때라서 현금이 조금 있으셨다는데... 차라리 보험으로 하시지 그러셨냐고 하자 씁쓸히 웃는다.

아마..늘 그렇듯이.. 현금을 원했을터.
보험이 뒷처리도 말끔하고 다른거 신경 안 써도 되는데..싶었다.

혼자 또 한잔 하시려는게 안쓰러워 같이 한잔 해 드렸다.
에코.. 울 왕자님.

왜.. 할부지와 엄마는 마실거 주면서 자기는 안 주냐면서 이쁘게 토라진다.
할미는 따끈하게 보리차를 뎁혀서 줬다.
자기것만 색이 틀리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얌전히 밥을 먹었다.

갑자기 들이킨 술이 휘휘 도는지 대장님이 침대로 가셨다.
아이는 할부지가 자리를 뜨자 냉큼..할부지가 마신 컵에 입을 가져다 댄다.
혀를 날름 날름..

집에서 담근 포도주라 달고 새콤할뿐 술은 거의 들어있지 않다.

"달콤하고~~ 새콤하네~~ 아쉬워..."

내 잔에 남은 약간은 포도주를 번개처럼 낚아채서 마신다.
커헉...

아..아들..
정녕..이러실겝니까?
아무리 아드님이 오마니인..내가 술을 어릴적부터 싸랑했다지만.. 댁마저..ㅡㅜ
어우야~~ 너 이럼 안돼~~~

울 마님은..웃다가 넘어지셨다.
에미나..새끼나..똑..같다고.

그렇다.
어릴적.. 부모님이 치킨에 맥주 한잔 하실때.
내 남동생은 쳐다도 안 본..맥주를 난 한모금씩..얻어먹었다.
사정하고.. 애교부리고.. 그리고..거품 살짝.. 나중엔 한모금.. 냐핫~~

ㅡㅜ
근데 이런건 안 닮으면 좋쟎니..아더~~~~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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