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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쨈 story/번갯불 일과

결혼 전 무슨 일 하셨어요?

경력단절여성 강의를 가끔 가는 경우가 있다.

나도 경력단절여성이었기에 그분들과 이야기가 잘 통하기도 한다.

가면 꼭 듣는 질문이 있다.

 

"그럼 결혼 전에 무슨 일 하셨어요?"

 

난 결혼 전에 인테리어 디자인 일을 했다.

(다들 놀라신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싶을 때도..)

하지만 건축과나 실내디자인 과를 나오지는 않았다. 내 전공은 환경공학과다.

실험실에서 수질오염과 대기오염도를 측정하고 실험하여 데이터를 내는 과였다.

오폐수 처리 장치의 설계를 하거나 양을 측정하여 약품의 양을 조절하는 것을 배웠다.

대학생활의 반을 실험실에서 보냈었다. 하얀 실험실복을 입고...

 

아버지가 택시를 하시는데 손님들이 환경과가 엄청나게 돈을 잘 벌거라고 하셨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환경과를 가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었다.

난 취업도 잘 되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정했다.

 

내가 대학을 갈 즈음 컴퓨터가 엄청나게 가격이 떨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 할 때였다. 97년. 아름다운 게임...디아블로와 스타크래프트가 나타난 시기였다.

울 부모님은 고등학교 때 까지 키워줬으니 대학등록금과 용돈은 좀 벌어써~ 라고 하시는 "멋진 분" 이셨다. 나도 울 아들내미한테 써 먹어야지..

 

컴퓨터학원에서 알바를 하면 학원비를 깍아줬다.

내가 대학에 들어가서 꼭 하고 싶었던 것이 폼나는 알바와 멋진 컴퓨터였다. 친구네가 하는 멋진 PC방의 그런 컴퓨터가 가지고 싶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최신형 컴퓨터는 PC방에 있다.)

 

알바생은 수업료를 엄청나게 할인을 해 줬다.

게다가 강사님들이 친해지면 몰래 들어와서 들어도 뭐라 안 하셨다.

난 거기서 컴퓨터를 신나게 배울 수 있었다.

"CAD" "3D MAX" "PHOTOSHOP" "Illustrator"

"파워포인트" "엑셀" "워드" "한글" 코렐드로우"

"HTML" "플래쉬"

 

난 컴퓨터로 할 수 있는것이 이렇게나 많은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학교 공부도 재미 있었지만 학원 공부도 신났다.

 

처음엔 단편으로 배우다가 웹디자이너 과정과 웹마스터 과정을 배우면서 더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졸업을 했는데 IMF

취업을 하기가 어려운 시기... 기사 자격증 시험에서 떨어져서 전공으로 취업하기엔 실력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집에서 놀면서 자격증 공부를 하기엔 상황이 좋지 않았다.

국가에서 하는 인턴을 6개월 하고(실험실에서 보조)  하늘같은 선배님이 취업을 시켜주셔서 일반 회사에서 사무일도 했었다. 그 때 내가 사무일과 잘 맞지 않음을 깨달았다. (1년을 매일 같이 엄청 울면서 다녔으니......)

 

대학 때 수업시간에 CAD를 잘 해서 교수님을 도와드리곤 했기에 CAD 하는 사람을 뽑는 곳으로 취업을 했었다. 솔직히 사무직(경리직)만 아니면 다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였다

 

큰 인테리어 회사의 오퍼레이터로...

예전에 디자이너들이 손 도면을 그리면 CAD 잘 하는 사람을 뽑아서 그걸 전산화 하곤했었다. 설계 디자이너나 인테리어 디자이너 분 들이 컴퓨터를 못 하셨었다. 그냥... 손으로 그려주시곤 컴퓨터로 다시 그리라고 하셨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 즈음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한 때 클라이언트 들이 조감도를 원할 경우 입체적인 작업을 할 사람이 필요했었다. 컴퓨터 하나만 가지고 취업을 한 케이스였다.

 

1년 정도 신나게 도면과 3D 작업, 그리고 포트폴리오 작업만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과장님들이 구박을 하시는거였다... ㅡㅡ

1년간 그렸으면 스스로 해 볼 생각을 해야지 주는 도면만 받아서 입력하려고 한다고.. 게으르다고.. ㅡㅡ^ 자기들이 전공을 보지 않고 뽑은 이유는 계속 배우면서 열심히 할 거라고 생각해서였다고... 왜 열심히 하지 않냐고 하셨었다.

 

엄청난 책과 자료를 던져 주시면서 공부를 시키셨다. 학원도 알아봐 주시고 구박도 하시고.. 결국.. 난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감사하다.

손 도면도 배우게 되었고 왜 테이블 사이의 거리가 정해져 있는지 의자의 높이는 왜 그런지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지금도 집에 인테리어 공부한 자료가 넘쳐난다.

못 버리고 있다.

게다가 너무나 사랑을 해  주셔서 홈페이지 관리와 명함 까지 작업을 해야 했었다.. 간판 시안은 당연히 시키셨다. 학원에서 돈 내고 배운것은 써 먹여야 한다고 하시면서 할 수 있겠다 싶은것은 시켜주셨다.

 

처음엔... 제대로 하나 하기위해 (디자인 시안 컨펌) 50번은 다시 했다.

겁나 많은 욕과 구박과 야근은 옵션이었다.

6개월이 지나니 제대로 하나 하기위해 5번은 다시 했다.

배운것을 잊어버리면 세상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욕을 들을 수 있었다.

1년이 지나니 컴펌이 금방 되었고 현장일을 배울 수 있었다.

현장 감각 없는 사람은 필요없다며 현장으로 밀어넣고 목수와 미장 도배 반장님 전기 반장님의 뜨거운 욕설의 향연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무거운 타일과 시멘트를 옮기는것도 당연했으니.. ㅡㅠㅡ

그렇게.. 인테리어 일을 7년을 했었다..

 

배운것이 써먹을 수 있다는 것과 수학은 책속에 있는 숫자일 뿐 아니라 우리 전 생활에 걸쳐 있다는 것과 배움을 멈추면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으면 더 좋은 대학을 갔을 것 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초중고 다닐 때 보다 난 직장생활을 하면서 더 많이 배웠다.

아니 배우지 않으면 낙오되고 밀려나고 필요없어지는 그런 일자리를 구했었다.

 

영어도 되지 않는 내가 외국의 인테리어 책을 보기위해 사전을 끼고 살아야 했으니 말이다..... 새로운 트렌트를 놓치지 않기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주부잡지를 봐야했고 달마다 나오는 인테리어 관련 잡지를 사서 보고 스캔하고 정리하고... 진짜 열심히 살았었다.

 

만약.. 내가 인테리어 전공자였다면.. 설계과 였다면 조금은 더 편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대학 편입도 생각을 했었었다. 아마..그때 여유가 있었다면 그랬을거다.

지금도 상상한다... 만약.. 내가 그 때... 실내인테리어로 편입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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