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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365+∂

사춘기에 대한 아들과의 대화

요즘 지우군이 사춘기 초입이라 참 말을 안 듣는다. 게다가 요즘 말도 너무 잘 해서 논리적으로 싸움이 붙으면 내가 이길 확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강사생활 10년 했는데 말로 지는거 보면 나도 많이 녹이 슬었다 싶기도 하다.

논리적으로 따박 따박 이야기를 하는 녀석을 보고 있으면 속에서 열길 불이 치솟다가도 잘 컸는데 싶기도 하다. 여튼.. 어제 저녁 잠들기 전 아이와 한 이야기가 생각나서 하나 적어두려고 한다.

 

사춘기는 알에서 깨어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알 속에 있을 때는 자신의 모습이 알 모양일 거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았을 것이다. 세상에 대한 정보다 알 껍질을 통해 투영된 어른거리는 잔상일 뿐... 그러다가 조금씩 자신이 모양이 바뀌고 그 알이 갑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사춘기 시작이라고 본다.

그 알에서 나오려니 두렵고 그 속에 있자니 갑갑하고 그래서 몸부림을 치고 과연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면서도 두렵고 그런 상태.

힘겹게 힘겹게 알을 깨긴 했는데 세상을 마주하는게 두려워서 알 껍질 그냥 쓰고 걸치고 있으면서 알을 다 깨친척 하는 중2병이 있다고 지우가 이야기를 해서 한참 웃었다.

 

중2병은 과연..그럴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부모란 그 알이 부화되기 까지 안전하게 지키고 품고 사랑해 주는게 아닐까?

엄마 아빠의 음과 양의 기운까지 .. ^^

그 알에 어떤 친구가 들어있을지 모른다.

예쁜 병아리.. 아니면 우아한 백조.. 날렵한 악어.. 아니면 무서운 공룡.. 전설속의 봉황이나 용이 들어었을 수도 있겠다... 작고 귀여운 강아지가 들어있을수도.. 수줍은 햄스터가 들어있을 수도 있겠다.

 

부모는 그 알 앞에서 어떤 친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

아마 알속의 친구는 그 말이 부담이 될 수도 자신감을 붙여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부모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그럴거라고 생각하고 느끼다가 자신의 눈으로 접한 세상이 다를 수도.. 아니면 그보다 더 좋을수도 있을거다.

 

알을 부모가 깨 줄 수는 없다..

고치를 찢어주면.. 나비가 죽듯이.. 대신 알을 깨 주면 그 안의 친구는 약하고 끝까지 돌봐주기만 해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지우에게 아빠도 엄마도 지금 그 알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누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기대되고 보고싶다고.

지금 알 속에서 있지만 언젠가는 그 알을 깨고 싶어질 만큼 너무 갑갑해질 것이고..

아마 알에서 나와서는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어떻게 살아햐 할 지.. 많이 불안하고 스스로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 했다.

 

지우는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 알아듣겠다고 했다.

대신.. 사랑한다고 이야기 했다.

 

나의 작은 알은 이제 많이 컸고.. 나와 아이아빠의 사랑속에서 점점 더 내실있어지고 있다.

조만간.. 알이 들썩이겠지... 그리고 그 여린몸으로 알을 깨기위해 많이 아파하고 상처받을 수도 있겠지.

나는 지켜보는 것과 무사히 알에서 나올 수 있도록 험난한 세상여파에서 지켜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것이 많지 않을지 모르지만..그래도.. 지금.. 기다린다.

 

아빠도 사랑해주고.. 엄마도 사랑해줘서 자긴 행복하다고 하는 아직은 어린 내 아이야..

멋지게 알도 깨고 나올거라고 믿는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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