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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365+∂

보내기


올해 초.. 설이 끝나는 날 우리집에 강아지 한 마리가 생겼었다.
친구녀석이 나한테 진 신세를 갚는다면서 자기 시댁에서 태어난 강아지 한마리를 냉큼 업어왔었다.

아이가 하나인 난.. 녀석이 외로울까봐.. 혹여 정서적으로 불안할까봐 그 강아지를 냉큼 받았다.
처음엔 잘 적응 하는 것 같았다.
아이도 강아지도.
하지만 나와 아이는 기관지가 좋지 않았고 아이는 아토피까지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는 강아지를 피하고 아토피는 심해지고 나와 아이는 기침을 달고 살았다.

이런 저런 고민끝에 강아지를 파양하기로 결심하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강아지 카페를 통해 좋은 분을 알게되었다.

일년전 키우던 강아지를 잃어버리셨는데 너무 비슷하게 닮아서 맘에 드신다고 하셨다.
보내기 한주전부터 강아지에게 너 좋은 새엄마 찾아간다.. 그렇게 말해주곤 했는데
욘석... 그 말을 알아들었나보다.

새로운 엄마가 되어주실분이 왔는데 덥석 안겨서 어깨에 부비부비를 하고.. 자기의 짐을 전부 챙겨서 갔다.
보내고 나니.. 장난감 하나가 남아서 방에 뒹구는데 시원섭섭... 그리고.. 뭔가 큰 죄를 지은 기분...

추석 날... 문자가 하나 왔는데
강아지가 무척 행복하게 잘 노는 사진 두장.
아마.. 새로운 엄마가 무척 좋은 분이신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소식을 종종 알려주시지.

뭔가를 키우면서 끝까지 책임진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항상 느끼고 있다.
새끼 키우는 어미가 그걸 모르겠나...
허나..
지금 뭔가 잃어버리고 큰 죄를 지은 기분은 언제까지 날 괴롭힐지..

빈집에 슬쩍 들어와 앉으면서 청소하다가 강아지털이 슬쩍 방비에 붙어나오면...
또한번 슬며시 내 생각을 물고 늘어지는 강아지.

나중에.
내 새끼 다 키우고.. 한적한 시골에 살게 된다면.
그땐.. 널찍한 마당에 강아지랑 달구새끼랑.. 염소새끼랑 키워야지.

조용히 한숨 내쉬고 벌써 말라가는 걸레로 바닥을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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