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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쨈 story/번갯불 일과

고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초등학교의 방과후학교의 강사이다.
개인 대 개인으로 계약한 것이 아니라 민간업체와 학교가 계약하고 나는 민간업체의 용역으로 이 학교로 나온 것이다.

11월부터 강의를 시작했으니 벌써 육개월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나를 이 학교에서 일 하라고 한 회사에선 바라는 것은 학생머릿수만 많아지길 바라고 있다.
정해진 머릿수가 안 되면 계속해서 들어오는 압박.
아직 나는 정직원이 아닌 보조직원이라 압박은 정직원인 같이 근무하는 주관사 선생이 받고있다...

문제는 내가 봐도 아니다 싶은 일을 어쩔수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혀 컴퓨터에 관심도 없고 그냥 와서 오락만 할 뿐이라도 아이의 부모에게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가 없다.
이유는 그러다가 아이 부모가 아이를 수업에서 빼면 머릿수가 줄어든다는 이유때문이다.
민간업체가 중간에 개입해 있기 때문에 특히 그런 문제가 많다.

이건 아닌데..싶은 교재.
말도 안 되는 수업차시.
혹은.. 절대 필요없는 교구구입.

머릿속에 참 이건 아닌데.. 이렇게 해도 될까..고민이 많은데.. 난 두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다.

차라리 작은 학교에서 민간업체를 끼지 않고 정말 아이와 마음을 열고 공부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생각을 하다가도 부모들도 역시 이럴 거 알면서 맡겼는데 나만 혼자 오버하는게 아닌가 싶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아이들이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오늘따라 고민을 더 하는것은 처음부터 날 골탕먹이던 한 녀석이 오늘도 강하게 공격을 하고 나와서였다.
아이는 절대 컴퓨터엔 관심도 없고 수업을 진행해도 절대 듣지 않는다.
꾸짖고 부모님께 연락을 한다고 해도 겁먹지 않는다.
결석도 지각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갑자기 와서 고무총을 다리에 쏘고는.. 아프냐고 물어본다.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물었더니 아프다고 할지 안 아프다고 할지 궁금해서 그랬다고 하면서 웃고 만다.
조금 엄한 표정으로 지금 6학년이 초등학교 저학년도 하지 않을 행동을 한다면서 이렇게 하면 안 되지 않냐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 수업을 시켜놓고 이녀석 조용하니 있어서 가봤더니 열심히 오락을 하고 있다.

하아..... 확...
소리를 지르려다가 기가막혀서 그만 뒀다.
수업 중간에 자기는 다른 학원을 가야 할 시간이라면서 그냥 가버린다.

속으로 중얼거린다.
"참자..참자.. 머릿수 줄면 안된다..."

이게 맞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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