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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쨈 story/번갯불 일과

놀이를 빙자한 폭력

한 아이가 벽을 바라보고 떨며 서 있다.

여러명의 다른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희죽거리면서 웃고있다.

여러명의 아이들 앞에는 배구공이나 축구공이 있다.

몰려 있는 아이들은 돌아가면서 그 공을 찬다.

감사하게도 그 공이 벽을 바라보며 떨고 있는 아이를 빗나가면 공 차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떨던 아이는 한시름 놓는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다음 아이..다음아이.. 벽면을 향해 서 있는 아이는 자신의 몸에 공이 맞지 않길 빌 수 밖에 없다.

 

요즘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이 즐겨하는 놀이인 모양이다.

근데 내 눈에는 이게 놀이로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피구나 서로 공을 주고 받는 게임이었다면 웃으며 봤겠지만.

공포에 질린 아이가 한 구석에 서서 그 공을 뒤로 받고 있는것을 보니 경악을 금치 못 한다.

하지만 난 터치 할 수 없다.

뭐하냐고 물으면 아이들은 놀고 있다고 한다.

무슨 놀이냐고 물었더니 그들 말로 씹고 만다.

난 교사가 아니라 고작 방과후 강사라서 더 이상 터치해도 아이들은 본척..들은척..아는척 하지 않는다.

 

생각한다.

저기에 서 있는 아이가 내 아이라면 어쩌지?

저 아이는 집에 가서 엄마가 공에 멍든 몸을 보고 뭐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을 하지?

과연..어디까지 놀이이고..어디까지 폭력일까?

 

예전..생일빵도 폭력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럼..저것도.. 혹여 폭력이 아닐까?

 

그나마 감사한 것은 도끼눈을 뜨고 계속 쳐다보고 있었더니 아이들이 욕을 해대면서 해산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때마침..점심시간을 끝내는 종도 울려줬다.

혹여.. 자신의 아이 몸에 공자국이 심하게 있다면 물어봐주길..

아이들은..물어보기전엔 절대 대답을 하지 않도록 길들어져 있으니 말이다.

난..내 아이를 집에서는 좀 더 수다스럽게 크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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