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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365+∂


출근길.. 길거리에 하얀 눈이 나리고 있다.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오는데 기분이 묘했다.
여러가지 생각이 오버랩 되면서 ...


난.. 어린시절부터 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싫어했다.

대장님은 운전으로 가족을 부양하셨다.
가진것 없고 배운것 없이 서울로 오신 대장님은 가진 재주라곤 운전뿐이셨다.
군대에서 운전병으로 계셨었고 높은 사람을 태웠다고 주장하곤 하셨다.
내가 초등학생때까지는 어느 중소기업 사장님의 기사로.
내가 중학생이 될었을때는 그동안의 무사고 운전경력으로 개인택시를.

항상 눈이 오거나 비가 오면 대장님이 귀가하실때 까지..마님은 기도하는 마음이셨다.
퇴근하셔서 집에 딱 들어오시면 그때부터 마님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눈이 와서 기뻐하기엔 난..너무 일찍 철이 들었었다.
난.. 상당히 예민한 타입이다.

친구들이 눈이 많이 오라고 빌기라도 하면.. 한대 때려야 직성이 풀렸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온 날은..나도 맘이 불안하고 어려웠으니까.
눈이나 비가 온 날은 무조건 집에 칼로 가서.. 기다려야했다.
그게 가장 맘이 편했고 행복했다.

그러다가..
딱.. 대장님이 귀가하시고 나면
그때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무사귀환.

그게 가장 큰 낙이였다.
혹여..
작은 사고라도 생기면..
온 집은.. 어두운 그림자.


사실.
이 때문이 아니라도 난 비가 눈보다 더 좋다.
비는 더러움을 씻어내리지만..
눈은 살짝 가렸다가 더 더럽게 만드니까.

"무뇌수컷"을 용서한 줄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시모.. 시부.. "무뇌수컷"

난..용서가 절대 안 되고.. 용서 못 한다.
그냥.. 지금 덮고 있다.

내 속은
지금 칼부림이 나 있고 깨진유리와 커다란 상처로 엉망인데
그걸.. 그냥 얇은 종이로 덮고 있을뿐이다.
새끼를 키우기 위해서.

근데
내가 그걸 다.. 치유하고 치우고 사는줄 알고 있는.. 무식한 인간들.

용서와.. 그냥 덮고 있는것은 틀리다.


만약.
"불륜" 이전에 "무뇌수컷"이.. 사람답게 굴었더라면
난.. 용서는 못 하더라도.. 내 상처위에 아주 두꺼운 합판을 내 놨을지도 모른다.
아니.. 두꺼운 마루라도 깔았을 수도 있다.

허나.
아니다... 절대.

그는.. 한번도.. 가장인 적도.. 아빠인 적도..남편인 적도 없었다.
그러니..
지금.. 덮어놓은 그 얇은 종이가.
피가 새어나와도.. 유리가 뚫고 나와도.. 어쩔수 없다.

감내해야지.




아침방송에서..
사람이 죽기전에.. 껄... 을 세번 말한다고 했다.

"좀 더 베풀면서 살 껄...
 좀 더 용서하면서 살 껄..
 좀 더 즐기면서 살 껄.."


최소한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던듯..한데.
난... 지금도 후회하고 있고.. 앞으로도 수많은 후회를 할 것이니.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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