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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365+∂

한 사람만의 잘못은 아니다.


이외수 선생님의 댁에 찾아가서..사모님에게 하소연을 했었다.
마구 마구 속상한 이야기와 나만이 피해자이며 내가 가장 불쌍한 여자인 것 처럼.

근데.. 이야기를 다 들으신 그분이 몇 말씀 하셨는데..그땐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그분은..내게 이혼을 하고 싶은지 아니면 그냥 살고 싶은지 물어보셨다.

난 어줍쟎게 아이때문에 이혼을 못 한다고 했다.
그러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댄다면..그건.. 이혼을 하고 싶지 않은것이라고.
정말 이혼을 하고 싶으면 절대 다른 핑계를 대지 않는다고.

아이도.. 다른 내가 말한 부수적인 모든것은 핑계라고.

그리고..
부부의 문제는 결코 그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고.
쌍방이 잘못한거라고.


난 두가지 다 찬성하지 못 했다.
고집도 세고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못난 성격탓에.


내가 회사에서 잘리고 나서..
머리속에 많은 생각이 오고 간다.
그러면서.. 많은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차근 차근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가 내게 권해준.. 책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중이다.

근데..
생각하면 생각 할 수록..
첫 단추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과...
그리고.. 어쩌면.. 내 잘못도 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그렇다.
남푠만.. 죽을 죄인이 아니라..나 또한..그런것이었다.
만약.. 이 가정이 깨진다면..
그건..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두 사람다 잘못이라는것이다.

이건..대단한 변화다.
난 지금까지..
난 다 잘했고 난 실수한 것 없고..문제는.. 남푠에게만 있다고 생각했다.

허나.
곰곰히..생각을 해 보면 그게 아니다.

조용히 풀어보고 싶다.
지금은..실타래가 엄청나게 얽혀있지만.. 그걸.. 잘 풀어본다면..
그렇다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보단..훨씬 나은..
서로 정말.. 부부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쮸의 아빠와..엄마로는 살지만..서로의 배우자로 살고 있지 않다.
양가의 부모에게도 잘 하지 못 하고 있다.

이젠..
나만 피해자라고 우기지 말고 차근히 한번 풀어봐야겠다.
그게.. 순서같다.



쮸를 위해 요즘 목도리를 하나 뜨고 있다.
물론..올 겨울을 위해서.
근데 쮸가 덮쳐서.. 올은 다 풀리고.. 실은 다 헝클어졌다.
처음엔..쮸가 잘못했다고 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다.
녀석이 그걸 보고 호기심을 느끼고 덤빌것은 당연지사..
내가 더 조심하고 녀석이 없는 곳에서 하는게 옳았다.

근데..이걸 보고 아뿔사..하고 느꼈다.
정말.. 나만 피해자일까?

이 실을.. 전부다 풀어서 다시 감는 동안..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 감고 나자.. 조금 힘들겠지만..다시 상처를 들춰서 가슴아프겠지만..
한번 해보자 싶다.

그러고 나면..나도 좀 가벼워질까?
그럼.. 덜 미워하고.. 덜 저주하고.. 덜 슬퍼질까?

그러길 바란다..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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