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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365+∂

미련떨기.




알공예 수업을 다녀왔어요.
제도를 하고 잠깐..메모를 한다고 설치다가.. 그만 거위알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거위알은 바닥에 떨어져서 박살이 나고 말았네요.

두가지 방법이 있어요.
제도한 알을 포기하고 다시 제도를 하든지..
아니면 강력접착제와 에폭시를 활용해서 알을 다시 붙여보든지...

집에 와서.. 무뇌수컷에게 물어봤어요.
당신같으면 이런 상황엔 어떻게 하겠냐고.
지체없이 말 하던데요.
버리고 새걸로 하나 산다고요.

알이 비싸서.. 알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전 그냥.. 강력접착제로 다시 붙이는 방법을 택했을거예요.
그렇게 했구요.

하나 하나..
핀셋으로 집어서 붙이면서.. 제 결혼생활이 떠오르더라구요.

맞아요.
개박살 났죠.
이 생활을.. 어떻게 할지는..두가지중에 하나에요.

때려치고 다시 새 삶을 찾던지..
아니면.. 어떻게든지 수습을 해서 다시 한번 해보던지.

의자에 편하게 앉아서 깨진 알들의 잔해를 잘 모았습니다.
강력 접착제와 핀셋..그리고 이쑤시게를 챙겨서 길게 심호흡을 했어요.
그리고.. 도 닦는 마음으로 수습하기 시작했네요.

점점..알이 다시 제 자리를 찾는데.. 뿌듯하고.. 맘이 점점 더 편해지던데요.
맞아요.
그렇더라구요.

지금.. 솔직히 제 맘이 엉망이랍니다.
무뇌수컷이 그여자랑 여전히 연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거든요.
알아내려고 발악을 한 것도 아닌데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정말.. 망치로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느낌이었어요.

난.. 정말로..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한번식.. 피가 거꾸로 치솟는데도 참고 있는데
어떻게든지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전혀 상관이 없구나.. 라는걸 알았거든요.

입으로만.. 이혼이 싫다고 하지.. 내심 이혼을 바라고 있을거예요.

이젠..정말.. 다 놓아야겠죠?

그냥.. 제 악다구니만 버리면 되는데
움켜쥔..손만..피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이렇게 상처입고 헤어진 제 심장은.. 두번다시 뛸 수 없겠죠.

이젠..혼자서 웅크리고 울기에도 지치네요.
아마.. 조금 더 지나면..
저 손아귀에도 힘이 빠지고.. 저절로 놓게 될 지도 몰라요.
하지만..

사랑하는 내 부모를 위해서.. 내 새끼를 위해서 다시한번.. 긴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무뇌수컷이.. 11월에 했던.. 바람에 흩날려버린..약속들.
이젠 미련갖지 말아야겠지요.
저도..그날 해주겠다고 했던 약속들..같이 바람에 흩날려버려야겠어요

아니.. 비에 씻겨보내야겠네요.

비가 온 후에.. 하늘이 맑게 개이듯이
제 영혼에 남은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기를..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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