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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365+∂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건지...


매주 주말마다 엄마는 딸뇬이 혹시 굶을까봐 알바하는 곳으로 도시락을 싸다 나르신다.
벌써 두어달째.
내가 미운짓하고 말도 안 되게 못되게 굴어도.. 두번다시 안 본다.. 밉다를..반복하시면서도 도시락을 꼬박 꼬박 갖다 주신다.
뜨신밥에.. 갓 만든 반찬...


엄마한테 얻어온 반찬통을 정리해서 아이를 데리러 엄마에게 갔다.
엄마 손이 바쁘고 아빠까지 일찍 오셨다.
항상 새벽에 들어오는 동생 놈 까지 와서 이것 저것 거든다.
식탁에 올라와 있는 케익 상자.
헉...

동생에게 가서 몰래 물었더니..
맙소사.. 엄마 생신이다.
젠쟝... 까맣게 잊고 있었다.

초복 지나고... 중복지나고 바로 다음날인데 그걸 잊다니.
대가리에 똥만 가득 채운 모양이다.

내 자격증 시험에 정신을 팔려서 날이 가는지 오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솔직하게 엄마에게 잊고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무척 섭섭해 하시는 엄마.
딸뇬 헛 키웠다며.. 일침을 거두시는 아빠.

지우는.. 나는 무시하고..(삐져있었다..)
도란 도란 할머니랑 놀고 있다.

잡채를 거들고.. 고기찜을 돕고.. 상을 차리고.
생일 케이크에 불을 끄고...
맛나게 밥을 먹는데..
목구멍에 잘 안 넘어간다.

이런 뇬도 새끼라고.. 미역국 끓여먹으셨을텐데.
얼마나 속상하실까.

한번 본 적 없는.. 시가 어른 제삿날을 안 까먹으면서...
시가 어른 생일은 안 까먹으면서.. 어찌 내 사모하는 엄마의 생신은 까먹었누.
죽어라.. 죽어라.

속이 까맣게 타서
술잔만 홀짝.. 홀짝.. 들이켰다.

이번에 자격증 꼭.. 따서
엄마 손에 들려드려야지
그리고 이야기 해야지.

못난 딸.. 잘 키워주셨는데
그만큼 제대로 못 살아서 정말 죄송하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제대로 멋지게 사는 꼴.. 꼭..보여드리겠다고.

에효.
내가.. 참..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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