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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365+∂

제사


어제는 수업이 끝나고 바로 갈현동으로 뛰어야 했다.
갈현동에서 제사를 모셔야 하는 날.
일년에 제사가 한번뿐이라서 그나마 조금 편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월차나 연차가 전혀 없는 일을 하는 고로 별 수 없이 일이 끝나고 나서야 지하철에 올라 갈현동까지 고고싱.

도착하니 벌써 일곱시 반이 다 되어있었다.
남의푠과 아이는 할아버지의 차를 타고 미리 가서 놀고 있었다.
낮잠까지 자고 일어나서인지 아이는 완전 100%충전.

평소처럼 내 꼬리를 잡고 놀아줘를 연발하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감사한 일은 평소에 아이를 훈련시킨고로 심부름을 열심히 시켰다.
일명.. 식탁에서 젯상까지 음식 나르기.
아이는 십여번을 옮기더니 지쳐서 주저앉아서 놀기까지 했다.

상에 놓은 명태에게 인사를 하며 말을 건다.
"야..너 어디서 왔냐? 뭐라고 먹어달라고? 지금안 안됀데...."

자신이 유치원에서 만든 비행기를 젯상에 올려놓고 그걸 못 내려놓겠다고 성화여서 그냥 젯상에 장난감 비행기를 올려놓고 지내기로 결정.

하얀 연기가 솔솔 올라오는 향을 만지려고 해서 혼나고.. 제사 중에 촛불을 끄려고 해서 혼나고..절하라고 했더니 젯상 앞에 누워서 시위벌여서 혼나고.
그러나 절대 기죽지 않고 끝까지 자기 하고 싶은대로 다 했다.

젯상에 올려진 수박엔 아이의 손가락 자국이 꾸우욱..생기고
물고기들에게도 손가락 자국이 꾸우욱 생기고.

여튼.. 그래도 어른들은 너무 기뻐하셨다.

아이가 음식을 나르는 모습에 감격하시고
기분이 좋아져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에 감격하시고

아이가 없었으면 엄청나게 어색하고 뻘쭘했을 시간이 그나마 얼른 지나가줬다.

아이와 남의푠은 이삼일 있다가 오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맘이 변한 남의푠.. 집에 가겠다고 설치고 시모는 그냥 가라고 하신다.
피곤하셔서 아이까지 못 챙겨주겠다고 하시지만 남의푠의 성화가 맘에 안 드셨던 듯.
택시비만 26000원 나왔다.. 아이고 아까비

나물과 고기 그리고 아이가 먹으려고 했던 새우까지 챙겨서 왔더니.. 11시 반.

멀미가 심한 아이는 엄청나게 먹은것을 게워내느라 고생.
오후내 먹은게 우유 4개 뿐이라서 더 그랬던듯.
흥분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싶었다.

땀에 꼬질해진 몸을 씻고.. 편의점에서 콜라 하나 사서 마셨다.
속까지 베인 기름때 빼느라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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