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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365+∂

담 치기


어제 출근하다가 중학교 옆을 지나가는데 아이 몇이 서성이고 있었다.
여기 저기 둘러보다가 먼저 학교 안의 아이들이 망을 봐주고 그리고 나서 남학생이 담을 넘어서 학교에 들어가고 여학생이 담을 넘어서 학교에 들어갔다.

아이고.. 여학생은 속옷이 다 보이는데 전혀 창피한 줄 모르고 담을 넘는다.
분명 지각한 아이들일 터이다.

보면서 쯧쯧..하면서 또 한편으론 웃음이 슬슬 세어나오기 시작했다.
내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도 담 좀 넘어본 것 같다.

우리땐 그나마 교복 치마안에 체육복이라도 입고 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그정도 매너(?)조차 필요없었나 보다.
학교 옆에 주민들의 항의가 엄청 있었다.
넘기 쉬운 낮은 담에는 수위아저씨가 하도 들락거려서 넘기 힘들었고 조금 어렵지만 담장 밑에 차를 대 놓은 곳은 차를 밟고 내려가면 충분했었다.

덕분에 학교 근처에 대 놓은 차들은 몸살을 앓곤 했었다.
결국 높은 담장엔 날카로운 철조망이 올라가야 했었 던 일도 생각이 난다.

문방구 아저씨가 담장 옆에 서서 기다리시다가 필요한 물건을 이야기 하면 가져다 주시곤 했었다. 담을 넘다가 다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여학생들은 그넘의 스타킹이 문제였다.

학교에서 권하는 스타킹은 두꺼워서 안그래도 두꺼운 다리가 더 두꺼워 보였다.
그렇다고 스타킹을 안 신고 다니면 교련시간이나 실습시간에 속치마 검사를 했으니 말이다.
이런 저런 상황에 아이들이 선택한 것은 문방구 아저씨와 아줌마의 적극적인 협조였다.

지각을 하지 말아야지 라고 이야기 하겠지만 어찌 지각을 절대 안 하고 살겠는가.
또.. 지각만이 문제는 아니였다.
교복을 깔끔히 제대로 입어야 했고..또 이름표도 있어야 했고..
게다가 머리카락의 길이에 혹시 립글로즈라도 발랐으면 탈이 나곤 했으니 말이다.
아차차.. 그놈의 사라지기 좋아하는 타이도 문제였다.
호주머니에 구겨 넣은 것 같은데 왜 교문앞에서 하려고 하면 안 보이는지.
아무리 봐도 개 목걸이 같은 기분나쁜 느낌까지 말이다..^^
교복 세대라면 아마 조금씩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싶다.
왜 툭하면 사라지는지..실내화도 말이다..
난 실내화 주머니가 크기도 큰데 자꾸 없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싶었다.
지금 초등학교 컴퓨터실에 있는 지금 아이들이 하루에도 한 다섯 여섯개의 신주머니를 두고 간다. 문제는 절대 안 찾으러 온다는거.
신주머니 뿐이 아니다.. 안경에 핸드폰.. 필통.. 거의 찾으러 오지 않는다.
분실문센터로 보내도 찾아가지 않기는 매한가지니.. 요즘 아이들 정말 물건 아까운 줄 모른다.

인사를 잘 못하고 지나가거나 괜히 교문앞에 서 있던 선생님에게 잘못 걸릴면 하릴없이 엎드려 뻗쳐나 아니면 운동장을 뛰여야 했다.

생활반 녀석들은 평소 앙심이 있었으면 그냥 지나쳐 줄 작은 문제도 이름을 적곤 했다.
아이고..지금도 생각난다.
그놈의 생활반이라는 이유만으로 목을 빳빳히 들고 다니던 녀석들 말이다.

그저 웃음이 나는 작은 추억마저 생각나게 한 장면이었다.

아마 지각을 해서 담을 넘는 녀석들은 신나게 학교 욕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녀석들도.. 한 십여년이 지나면 아마 그런일이 있었겠지..라고 할거다.
아마.. 몇년 후엔 내 아들녀석이 담을 넘는 모습을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담치기.. 아마 그건.. 꽤 오래 지속될 일일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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