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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365+∂

이게 휴일?


아침 일곱시 .. 어제 저녁 일찍 잠들었던 아들녀석이 자는 내 눈을 훅..쑤신다.
얼른 일어나 자신과 놀아달라는 온몸을 던진 테클이다.
모른척 자는척 하고 싶지만 잘못했다가는 실명위기이므로 빨딱.. 자리에서 일어난다.
신나게 웃어대는 녀석을 한대 치고 싶지만 엄마이므로 꾸우욱 참는다.
어제 저녁 저녁밥도 못 자고 잠들어 버린 아이가 걱정되서 일어나자 마자 아침을 준비한다.
오늘 아침은 주먹밥이다.
어제 저녁 재료를 다 볶았는데 아이가 잠들어 버려서 못 먹은것을 다시 뜨거운 밥에 열심히 비비댄다. 아무래도 그냥은 안 먹을 것 같아서 주먹밥 틀로 아이를 유혹한다.
아이는 자신이 직접 만든 주먹밥이라는 생각에 푸욱 빠져서 열심히 먹어주나다 자신이 직접 만들겠다고 두손 두발 다 걷어 부친다.
에잇.. 이건 계획에 없던 것이지만 여튼 좋다.
애 아빠 반찬도 하기 싫은데 아들이 만든것이니 먹으라고 이야기 해서 먹일 계획을 세운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침에 애 손을 씻긴 기억이 없으니 아무래도 아들녀석 쉬야를 한 손 고대로 주먹밥을 만든것 같다.

아침을 주먹밥으로 때우고 설겆이 하고 잠시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교회 갈 시간이다.
아들녀석 요즘 교회에 가는것을 즐겁게 생각해 주는 고로 열심히 옷을 갈아입혀 아이를 유치부에 넣어 주고 나도 교회로 달려갔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와서 옷만 갈아입고 다시 아이를 챙기러 교회로 고고~
아이를 챙겨와서 돌려놓은 세탁기에 옷들을 탈탈 털어서 빨래줄에 널기

점심은 가볍게 라면으로... 얼른 먹고 설겆이.
그리고 온 집을 청소한다.
꼴에 몇푼 벌지도 못 하면서 직장생활 한답시고 이렇게 대대적인 청소는 일주일에 두어번 밖에 못 하고 있다.
워낙 깔끔한것을 좋아하는 생긴것 답지 않은 성격탓에 여기저기 쓸고 닦고 찍찍이에 진공청소기까지 가동하고 나니 4시..
아이 우유가 떨어져서 아이를 데리고 가게에 장보러 갖다온다.
오랫만에 카레가 먹고 싶어서 아이에게 카레를 요리하는것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 후에 저녁준비 시작.
애 아빠는 입맛 없다고 셀러드를 주문.
두가지 다 준비하고 저녁먹고 애 양치질과 세수까지 시키고 나니 8시.
애 재우려고 자리 준비했더니 하루종일 안 논다고 하던 지네 아빠한테 도망가서 놀고 있다.

이게 쉬는날일까?
에효.

막.. 모든것에 염증을 느끼게 되는 휴일..
하루종일 한 것이라고는 남의 뒤치닥거리 뿐.
날 위해 한 것은 그나마 교회에서 한시간 예배시간 뿐인것인가?
내 삶은 어디다가 처박아 둔걸까?
나도 친구가 있고 나도 내 일이 있고 나도 하고 싶은 일들이 있는데
그런건 언제 하면 되는걸까?

인정받지도 자랑하지도 못 할 쓰잘데기 없는 것에 내 삶을 처박아 대고 있다.

다른 친구들 처럼.
사랑받는 아내나 인정받는 아내라면 이 모든것이 삶에 녹아들겠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니.
조만간... 내가 조울증으로 미쳐버리던지.
아니면.. 내 삶을 스스로 목졸라 죽여버리던지..
아님.. 미친년 넋두리 하듯이 그냥 흘러가는데로 던져버리던지 할 것만 같다.

그렇다
지랄맞은 가을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속은 뒤죽박죽이 되고 내 속은 썩을대로 썩어가는 때이다.
그 때가 왔다.. 그즈음이다.
내 속에서 또다시 썩은 곪은내가 나서 내 머리속은 미친듯이 뒤죽박죽이 되고 하는 모든일에 염증과 짜증을 느끼는 때가 온것이다.
잘 버텨야 한다.. 이 계절을 못 넘기면 모든것이 무너진다..버텨야 한다.
뭘위해.. 왜 버텨야 하는지 이젠 모르겠지만 여하튼 버텨야 한다.

비명소리가 못 새어나가게 이를 꽉..아물고.
분노로 물든 숨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숨소리도 죽이고
혹시 손이 잘못 나가지 않게 두 주먹 꽉 쥐고..
도망가려는 발이 움직이지 않게 다리에 힘을 주고..그렇게
그렇게.. 지금 이 순간을 죽여야 한다.
죽이고 죽이면.. 될것이다.. 그렇겠지.

미치거나..병들거나 죽지 않는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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