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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365+∂

할머니 제사.


어제는 할머니 제사였다.
결혼하고 "남 푠"은 한번도 간 적이 없다.
우리집 제사엔 안 가고싶어한다... 아니..한번인가..가고 안 간다.
그리고 몇번 권했을때.. 그에게 들은 이야기.
1. 난 남의 제사에 가기 싫어.
2. 귀찮게 하지마.
3. 됐어.

그리고 나선 절대 안 권한다.

그래..
넌 남의 제사에 가서 절하는거 싫어서 안 가니.. 대단하다,
난 남의 제사에 가서 전부치고 준비하는 미친짓하는 병신인데..


어제
집에 있기에 지나가는 말로.. 슬며시 떠봤는데.. 가자고 할까봐 짜증내는 모습에 코웃음만 나왔다.
어른들께는 바빠서 못 왔다고 하자..
기대 안 한다고 이야기 하신다.

이거..좋게 생각해야 하나.. 아님..절망인가?

쮸는.. 사촌형아랑 정신없이 뛰고 논다.
집에선 밥도 잘 안 먹는 녀석이 사람들이 이쁘다 이쁘다 했더니.. 잘 먹는다.
밥에..과일에..고기에..
떡에..마시는 것도 잘 마시고.. 에고 이쁜것.

가서.. 열 사람 몫은 한다.

슬며시.. 어른들이..쮸를 위해 힘들더라도 하나 더 가져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
그래서 쮸 아빠가 절대 싫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하자.. 다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이야기 한다.

제대로 찍힌거지..뭐.

예전에..상처 입은 사람만 바보라는 이야기를 하던 사람이 있었다.
상처 준 사람은 상처 입은것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니 상처입고 끙끙대는 사람만 병신이라고.

늘 그랬다.
나만 상처입고 나만 힘들었다.
바보처럼.
그러면서도 항상 기대를 했었다.

이젠 기대를 안 하니까.. 상처도 없고 실망도 안 한다.
지금은 어차피 동거인이니까.


제사를 마치고 설겆이는 내가 했다.
쮸가 응가 마렵다고 매달리기 전까지는.
응가도 잘 하고 잘 놀고.. 잘 먹고..어제 쮸는.. 200점 만점에 500점 짜리 아들이었다.
누나들한테도 잘 하고 어른들에게도 얼마나 잘 하는지.. 너무 이뻤다.

사촌동생이.. 육아용품 사용하던것을 받아갔는데..고맙다고 아이 선물을 보내왔다.
집에 오자..아이가 잠이 들어있어서 선물은 뜯어보지도 못 했다.
아침.. 아이가 밥을 안 먹으려고 때를 부려서 입체 스티커를 꺼내서 줬다.
덕분에 밥 몇술에 공국을 한그릇 먹고 갔다.

어제.. 다시 한번 느꼈다.
남이라는걸.
그리고.. 얼른 얼른..더 비워야 한다고.
빨리 빨리 비우고 다른거로 다 채워야겠다.

부모님께.. 제사때마다 죄를 짓는 기분이다.
아니..집안 행사 있을때마다..죄스럽다.
언제즈음..
이런 기분을 안 느낄 수 있을까?

오월에..결혼을 안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내 생일도 생일이지만.. 할머니 제사때문이었다.
날 무척 이뻐하셨다는..
꼭..돌을 할머니네 와서 하라고 하셨다던.. 울 할머니 제사.
가끔.. 내 생일이랑 겹치는 울 할머니 제사.

어른들이 내가 할머니를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하셨는데..

아빤.. 그래서 더 섭섭하실거다.
흐흐.
아부지..
내가 .. 그리고 쮸가.. 더 잘 할게요.
사랑하고.. 미안하고.. 죄송해요.

이제부터.. 모든것을.. 부모말 잘 들을게요.
큰 불효..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