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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365+∂

예비 학부형

올해는 이전이랑 조금 느낌이 다른 해이기도 하다.

쮸군이 드디어 초등학생이 되는 해.

원래 내가 아이를 좀 풀어놓고 키우는 타입이고 아이 아빠 역시 아이에게 무리하게 뭔가를 시키게 하려고 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덤비는 타입이라 풀어놨었다.

어제.. 아이를 재우려고 하는데 혼자 울기 시작한 것이다.

"왜그래? 아들?"

"엄마.. 나 바보야?"

"음.. 무슨 일인지 이야기 해볼래?"

"00이가 나는 바보래. 한글도 잘 못쓰고 더하기 빼기도 잘 못하니까 바보고 멍청이래"

"음.. 엄마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한글이랑 산수는 학교가서 배우면 다 잘할건데 왜 그럴까?"

"하지만 친구들은 다들 너무 잘해. 그래서 나한테 바보라고 한단말야."

 

여기서 내 생각은 이렇다.

예비 초등생들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거기서 거기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선행학습의 좋은 점도 있겠지만 독을 더 잘 알기에 가만히 뒀더니 에효.

아이가 울면서 유치원을 안 가고 차라리 빈집을 지키겠다고 한다면 뭔가 크게 문제가 생긴것이 확실하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말이 안 통하니 나도 답답하고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저 한글 산수로 친구를 바보라고 놀리다니 그런아이는 엄마가 싫어. 너 그 아이랑 놀지 마. 다른 사람 배려하고 챙겨주기보단 깔보고 놀리는 아이라면 인성이 의심스러워. 엄만 그런 사람이 쮸 옆에 있는게 끔찍해"

아이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러고는 다시 곰곰히 생각을 해본다.

"그럼.. 엄마 생각에 난 바보가 아니네?"

"어 바보 아니야. 그건 연습하면 다 나아지게 되어있거든? 너 태어나서 부터 가나다라 다 했어?"

"아니.. 유치원에서 배우고 엄마랑 연습해서 알아"

"처음부터 알았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쟁이야. 엄마도 배우면서 알았어. 그러니까 절대 걱정하지 마.. 엄마가 이야기 하는건데 공부만 잘 해서 성공할 수 는 없어. 사람이 되어야지."

아이의 눈가에 눈물을 닦아주며 이야기 하자 아이가 안아달라고 한다.

꼬옥.. 안아주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아침에..아이 챙기다가 남의푠에게 고민을 이야기 했다.

"우리도 아이 학습지 시작하면 안될까?"

"뭔소리야.. ?"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구구절절히 했더니 화를 벌컥 낸다.

그런 걸로 아이를 이것 저것 가르치면 오히려 아이가 바보가 된다면서. 초등생은 바르고 앉아서 바르고 공부하는 법만 배우면 된다고.

한글도 읽을 줄 알고 쓰는거 연습하면서 수세기도 배우는거지.. 집에서 다 가르칠 거면 학교는 왜 다니는거냐고 화를 낸다.

아..그렇구나.

근데.. 남의푠아.

학교에서 이젠 기초는 안 가르친데.. 하도 다들 다 배우고 와서..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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